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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은 어떻게 도시를 만들고 파괴했는가 (오아시스, 이동 경로)

by 트레센드 2025. 5. 17.

사막은 사람이 거주하기에 가장 가혹한 환경으로 여겨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고대 도시들이 바로 이 척박한 땅 위에서 태어났습니다. 본문에서는 ‘오아시스’와 ‘이동 경로’라는 두 요소를 중심으로, 사막이 어떻게 도시를 가능하게 했고, 또 동시에 어떻게 그 도시를 무너뜨렸는지를 살펴봅니다. 생존의 조건이 변할 때, 도시는 정착에서 사라짐으로 이행합니다. 사막은 그 전환의 공간이었습니다.

오아시스 등 사막이 도시를 만들고 파괴한 이유의 이미지

사막은 어떻게 도시를 만들고 파괴했는가

사막은 본래 도시와는 거리가 먼 공간으로 여겨집니다. 물이 부족하고, 기온 차가 크며, 농경이 어렵기 때문에 인간의 정착에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사막 한가운데에도 도시가 세워졌고, 오히려 전략적 요충지로 성장한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는 사막이 단순히 ‘살 수 없는 공간’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 집중된 공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막은 극한의 환경이었지만, 동시에 오아시스와 무역로를 중심으로 생명과 재화가 흐르는 축이었습니다. 고대 중동과 북아프리카, 중앙아시아에는 사막 지형을 따라 형성된 도시들이 존재했습니다. 페트라, 팀북투, 파미르 고원 주변 도시들처럼, 그들은 모두 사막의 내부나 변두리에 자리하면서 생존과 이동, 교류의 중심지 역할을 했습니다. 이러한 도시는 단순히 오아시스를 기반으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 사막을 통과하는 경로 상에 있다는 사실 자체로 경제적, 군사적 가치가 있었습니다. 특히 낙타를 중심으로 한 대상 무역은 사막의 도시를 ‘중간 기착지’에서 ‘핵심 거점’으로 변화시켰습니다. 하지만 그 성장과 번영은 언제나 불안정했습니다. 강우량의 변화, 지하수 고갈, 무역 경로의 변화 등 외부 조건이 변하면 도시의 존속은 위태로워졌습니다. 사막은 도시를 품기도 하지만, 가장 먼저 그 도시를 밀어내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양면성을 지닌 공간이기에, 사막은 문명의 흥망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무대가 됩니다. 이 글에서는 오아시스와 이동 경로, 이 두 요소를 통해 사막이 도시를 어떻게 만들고, 또 어떻게 파괴했는지를 고찰하고자 합니다.

오아시스가 정착을 가능하게 한 요인

오아시스는 사막에서 물이 지표로 드러나는 지역으로, 사람과 동물, 식물 모두가 의존하는 생명의 중심지였습니다. 고대 도시들이 사막 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부분 오아시스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물은 단지 마시는 용도를 넘어, 농경과 목축, 상품의 저장과 재가공 등 모든 생활 활동의 출발점이 되었고, 오아시스는 곧 도시의 기초 조건으로 기능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는 요르단의 페트라입니다. 건조한 지형 속에 정교한 수로와 저수 시스템을 구축한 이 도시는, 강수량이 거의 없던 지역에서도 수천 명의 거주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또한 사하라 횡단 무역로의 핵심 기착지였던 팀북투 역시 니제르 강과 인접한 수원지를 바탕으로 도시 기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오아시스는 도시의 식량 공급을 담당했을 뿐 아니라, 무역 상단이 멈춰 쉴 수 있는 기반이 되었고, 이를 통해 경제가 형성되고 정치 구조도 등장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오아시스 자체가 자급적인 공간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오아시스는 외부와의 연결을 통해 의미를 갖습니다. 즉, 오아시스가 고립된 지역에 존재한다고 해도, 무역로와 연결되지 않으면 도시로 발전하지 못합니다. 반대로, 연결된 오아시스는 도시로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오아시스는 단지 ‘물의 장소’가 아니라, ‘접속의 장소’였습니다. 하지만 지하수의 감소, 기후 변화, 강풍에 의한 모래 퇴적 등의 원인으로 오아시스가 기능을 상실할 경우, 도시는 빠르게 쇠락합니다. 물이 없어진다는 것은 곧 사람과 자원이 떠난다는 것이며, 이는 도시의 해체를 의미합니다. 오아시스는 도시를 가능하게 했지만, 동시에 가장 먼저 도시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요인이기도 했습니다.

이동 경로: 사막 도시의 흥망을 결정한 이유

사막은 일정한 길이 정해지지 않은 공간입니다. 모래가 바람에 따라 움직이고, 지형이 일정하지 않으며, 계절과 날씨에 따라 최적의 이동 경로가 달라집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특정한 경로가 ‘안전하다’는 인식이 형성되면, 그 경로 주변에 도시가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경로는 고정된 것이 아니었기에, 한 번 바뀌면 그 도시도 함께 쇠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대의 대상 무역은 이러한 경로 기반의 경제 시스템이었습니다. 낙타를 이용한 긴 여정을 통해 향신료, 금, 염(소금), 직물 등이 이동했고, 도시들은 그 경로의 ‘중간 기착지’로서 번영했습니다. 예컨대 마그레브 지역에서 말 리까지 이어지는 사하라 무역로는 수백 킬로미터마다 도시를 형성했으며, 이 도시들은 단순히 물자를 저장하는 기능을 넘어, 문화와 학문, 종교의 중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도시들은 경로가 바뀌면 존재의 이유를 상실합니다. 기술의 변화(예: 낙타에서 마차로), 정치적 이유(예: 특정 부족이나 제국의 흥망), 혹은 단순한 자연재해로 인해 길이 바뀌면, 새로운 경로를 따라 도시가 재편됩니다. 과거 번성하던 도시가 이후 폐허로 남는 이유는, 그 도시가 사막 전체의 중심이 아니라 ‘길 위의 중간지점’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현대 교통망의 확장은 과거 사막 도시들을 우회하게 만들었습니다. 철도나 항공로는 사막의 경계나 중심을 건드리지 않으며, 고대 무역로를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이는 단지 도시 하나의 소멸이 아니라, 그 도시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생태계 전체의 해체를 의미합니다. 사막 도시의 흥망은, 결국 ‘어디를 지나가느냐’는 질문에 대한 시대의 답에 달려 있었습니다.

사막은 선택된 도시만을 남긴다

사막은 도시가 생겨나기엔 지나치게 불리한 환경입니다. 하지만 오아시스와 경로라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 그 척박한 땅 위에도 문명이 꽃필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조건들이 결코 고정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물은 마르고, 길은 바뀝니다. 그리고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도시는 사막의 모래 아래로 사라집니다. 사막은 문명을 품기도 하지만, 가장 먼저 놓아버리는 공간입니다. 살아남은 도시는 결코 우연히 살아남은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기후와 지형, 인간의 기술과 선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며, 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도시는 곧바로 침묵 속으로 들어갑니다. 고대 도시 페트라의 흔적이나, 지도에서 사라진 무역 거점들이 그 증거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막에서 유적을 발견하고 감탄하는 이유는, 그 자리가 과거에는 물과 길이 만났던 특별한 공간이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사막은 매몰된 도시의 기억을 간직한 채, 때로는 그것을 되살릴 단서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결국 사막은 모든 도시를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선택된 도시에게는 오래도록 자신을 기억하게 만드는, 가장 엄격하고도 강력한 문명의 시험지였습니다.